손민지기자 입력 2020-06-10 09:19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족’을 겨냥해 홈쇼핑 방송에서 책을 파는 사례가 등장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쇼핑’은 최근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교양 형식의 북 토크쇼 ‘K의 서재’를 선보였다.
K쇼핑은 짧은 영상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 점과 홈쇼핑의 주 고객층이 50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20분 분량의 토크쇼로 K의 서재를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 4회로 편성됐으며 게스트, 주제, 선정 작품, 판매 상품이 매회 달라진다. 1회는 올해 3월 31일 공개됐으며 2회는 6월 말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첫 방송은 박경림이 메인MC를 맡고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북 유튜버 김겨울이 게스트로 출연해 책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는 포맷으로 진행됐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주제로 등장인물 이름풀이, 제목의 의미 해설 등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와 함께 K쇼핑 홈페이지와 온라인 몰에서 ‘데미안 북 키트’가 판매됐다. 데미안 북 키트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에 데미안 상품 세트(책갈피 박스‧연필‧지우개‧양장노트)로 구성됐으며 1000개 한정 수량으로 2만9000원에 팔렸다. 수익금 일부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 물품 형태로 아동공동 생활시설인 ‘아동 그룹홈’에 기부될 계획이다.
홈쇼핑업계에서 유·아동 전집이 아닌 문학 판촉 마케팅을 벌인 것은 K쇼핑이 최초다. 그동안 홈쇼핑 방송에서 문학 도서를 보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로는 상품성이 저조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방송 한 회 운영에 드는 콜센터 비용, 송출 수수료 등을 따졌을 때 낱개 품목으로는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나 음반과 달리 책은 한번 출시되면 장기간 판매돼 단기간 폭발적인 수요를 노리는 홈쇼핑과는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일반 도서는 아동용 교재와 달리 대량 묶음 상품이 적어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홈쇼핑이 2018년 방송한 강연 형식의 도서 판매 프로그램은 실적이 저조해 1회로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2014년 개정된 ‘도서 정가제’ 탓에 홈쇼핑에서 책을 할인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도서류는 홈쇼핑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정가의 최대 15%까지만 할인되기 때문에 홈쇼핑 특수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서 판매 방송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의 서재가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